5월 내내, 투덜대며 결을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고 있었습니다. 투덜댄다는 것은 여러 모로 위험을 야기(?)하니까요.
굳이 투덜리는 걸 보시겠다면...
네, 물론 저는 이명박 정부의 한심하고 황당한 작태에 혀를 차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나는 안 찍었다규,를 외친다고요. 광우병의 위험이 괴담이라는 둥, 한우가 비싸다는둥 몰아가는 작태에, 안 사 먹으면 그만이라는 말에, 미국인들 다 먹는데 왜 그러냐느니, 좌빨의 선동이라느니 하는 말에 수백 수천 번도 더 '안전하지 않음'을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광우병의 위험성과 더불어 검역'주권'이 이야기되는 방식들은, 정말이지 불만스럽습니다. 특히 '미국산 미친소'라고 너무도 당연히 쓰이는 말에 내재한 인간중심주의와 국가중심주의에 두려울 정도예요. 소 해면상뇌증(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에 걸린 소를 화면으로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안절부절못하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소들을 보며 저는 그 소들에게 MAD cow (disease)라는 말을 붙여 준 인간의 센스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양의 스크래피 병원체는 자연적으로는 다른 동물종으로 전이되는 법이 없다고 하죠. BSE 발생은 육골분 사료를 소에게 먹이기 시작한 것과 연결된답니다. 순전히 인간 때문에 병에 걸려 죽거나 살해되는 소들에게, "미친소"라뇨. 인간에게 있는 공포의 원인을 소에게 돌리면서 그 '소'를 막으면 된다는 발화들을 견디기가 힘이 듭니다.
먹기 위해 태어나도록 했던 동물이 (전염성)질환을 나타낼 때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과 공유하는 질병임을 의심받거나 밝혀질 때마다, 인간이 선택하는 해결책은 ‘대량 살해’입니다. 인간에게서 vCJD가 발병한 95년, 영국에서만 450만 마리의 소가 도살되었다고 하죠.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현재 AI로 수십만의 닭들이 살해되고 있으니까요. 아, 저는 이런 '쉬운'-인간에게만 피해가 오지 않으면 된다는- 방식이 무섭습니다.
BSE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면? BSE가 인간의 (v)CJD-BSE는 흔히 vCJD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발상 CJD도 BSE와 완전히 무관한 것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씁니다- 와는 전혀 상관없다면? -무관심할 가능성이 높겠죠.
BSE가 육골분 사료에 의한 것이라면, 한국산 소도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미국은 유럽이나 캐나다와 달리 전수조사 안 한다는데, 한국도 전수조사 따위 안 합니다. 또한 광우병을 "에이즈"보다 더 심각하게 5천만 국민을 절멸시킬 병이라는 말은, 에이즈를 비롯한 특정 질병과 환자에 대한 혐오를 담은 발화라서 심히 불편합니다.
나쁜 미국놈들과 나쁜 딴나라당과 나쁜 이명박(을 비롯한 한나라당, 조중동)을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는 '안전'한 것입니까? 기실 문제는 인간의 고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있는 것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해요. 쇠고기 수입을 한미 FTA 협상의 전제로 삼아 사람들을 더욱 거대한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문제인 것 아닌가요?
이런 말들을 쉽사리 뱉어내지 못했던 것은, 한 번 바뀌면 돌이키기는커녕 방향을 틀기도 어려운 구조 변화의 국면에서, 튀(기는 할까?)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습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이만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 그래도 희망적이고 힘을 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기운이 꺼진다는 것은 더 두려운 일입니다.
내 몸의 위험/안전에 대한 인식이 더 넓은 범위나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 새로운 담론, 새로운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먹는)소(고기)에 대한 위협, (먹는)닭(고기)에 대한 위협, 즉 고기를 먹는 일상이 위협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발언'하는 사람들이 억압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다른 차원의 정치/경제/사회적 권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주말이 지나며 상황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연행되고 있다는 문자를 받은 것이 일요일 새벽입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는 백 명이 넘는 인원이 연행당했습니다(나흘간 211명 연행입니다). 다시 한 번 좌절의 경험이 '국민'을 옭아매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비록 '국민'으로 호명당할지라도요.
루인 씨가 광우병 위험에 대해 사람들이 민감하게 하는 건 어쩌면 '맛있는 고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는 말을 꺼낸 적이 있어-
어쩜, 딱 내 마음을 표현해주었군. 정말 불편하지만, 그래도 배너를 달게 되겠지. 흠..
참, 저 배너 달기 어렵네. 어찌다는 것인지.
뒤늦게 읽었는데, '미친'소에 대한 문제제기가 눈에 쏙 들어옵니다. 미쳐 생각해보질 못했는데 철저한 인간 중심주의였네요. 아우, 왕싸가지!
인간은 대체로 왕싸가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