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갈 때 안심할 수가 없다니까. 비행기 안에서도 그렇고, 미국에 와서도 그렇고 일회용품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어서, 스트레스 받아.
기내 식사는 두 번 먹었는데, 백반 한 번 먹고, 생선&감자 구이 먹었어. 백반에는 김, 버터, 드레싱 등이 딸려 나왔는데, 나는 먹지 못했어. 김에 첨가물이 장난 아니더라구. 왠지 비행기를 타기 위해 표를 체크하고, 짐을 부치고, 병무청 인천지점 가서 사인 받고, 검색하고, 대한항공 워싱턴D.C.행을 타는 엄격함이 웃기더라구. 수저가 나오면서도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나오고, 음료를 따라주는 플라스틱 컵은 씻어서 재사용하는 게 아니라 버린다고 하더라. 기내에서 컵의 사용은 빈번한데, 그걸 그냥 버린다 하니 너무 아깝더라구. 음료같은 건 미리 컵에 담아 나오니, 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내 컵에 담아 달라고 해야겠어.
좌석 앞에 설치된 스크린과 리모컴으로 다른 사람과 게임도 할 수 있는데, 금이랑 테트리스 하면서 세 시간을 보냈어. 혼자 다니면 비행 시간을 보내기가 너무 괴로울 것 같더라. 오래 앉아 있으니 엉덩이도 아프고. 정쌤이랑 석이형은 덩치가 있는 사람이 옆자리에 탄 경험이 있는데 죽을 맛이었대. 마지막에 착륙할 때는 기류 영향 때문인지, 조종사가 술을 마셔서 그런지 비행기가 너무 흔들려서 멀미할 뻔 했어. 머리 아프고 좀 괴로웠어.
미국에 도착해서는 입국 심사대에서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고, 엄지를 뺀 네 손가락의 지문을 찍고 홍채를 찍었어. 정말 기분 나쁜 일이야. 거기를 통과해서 금이랑 또 어떤 사람을 통과하다가 괜한 이유로 걸렸어. 원래는 10,000달러 이상을 소지하면 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우리는 각각 1,000달러만 소지하고 있었는데 두 번째 검사대로 가야 했어. 아마도 3주나 체류하는데 현금이 적은 게 이상했나봐. 밖에 사람들은 30분정도 기다리고, 우리는 앞 사람들을 끝나기 기다리다가 잘 해결하고 나왔어. 그런데 웃겼던 것은 우리가 거기서 신고서를 작성하는 데 '소지한 현금'란에 10,000달러를 적어야 했던 거였어. 그쪽에서도 행정적 처리 때문에 그렇게 쓰는 게 편했던 거지. 약간 어이없지? 그 한쪽에서는 남미계로 보이는 사람의 커다란 박스 짐의 내용물, 주로 채소나 과자류를 칼로 다 뜯어서 내용물을 확인하는 거야. 씁쓸하더군. 아, 그리고 인천공항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그렇고 한국 사람들 골프채 들고 많이 해외로 나가시더라구. 약간 좀 다른 세상이더라.
내가 내린 곳은 워싱턴 D.C . 근처의(?) 댈러스 공항이었어. 작은 크기였어. 공항을 나와서 차를 렌트하고 하숙집으로 이동하는데, 미국에 왔다는 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더라구. 근데 도로는 매우 넓고, 도로 옆의 나무들이 울창하고, 한참 도로를 가는 데 도심같은 것은 안 보이더라구. 휑했어. 약간 당혹스럽지 뭐니. 어제는 뒷뜰에서 하숙집 할머니가 친척들, 우리들과 함께 가든 파티를 했는데,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재활용 구분없이 검은 비닐봉지에 다 담더라구. 가든 파티를 하는데, 한 두 접시 빼고는 다 일회용 접시와 젓가락, 컵 등을 쓰고 말야. 심지어 일회용 접시와 컵은 잘 닦으면 다시 쓸 수 있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수목은 울창하고, 도로를 가로질러 토끼와 오리가 다니고, 여기저기 반딧불이 날라다니다니! !
아카이브에 작업하다가 점심 시간에는 일층의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어. 이것저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르고 계산하는 방식인데, 접시가 일회용품이야. ㅡㅡ;; 난 야채만 수북이 담아서 먹었는데, 플라스틱로 된 방울토마토 상자같은 것을 이용했어. 다시 쓰려고 챙겨 놨는데, 어제 나올 때 옆에 놓고 나왔지 뭐니. 오늘 새 것을 써야 한다니 정말 슬프다. 수저는 스텐 수저가 종류별로 있었는데, 그 위에 플라스틱으로 똑같이 종류별로 있더라. 내 참 기가 막혀서.
하숙집 할머니는 잘해주셔. 오히려 그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할머니는 부산 출신이래. 아들 셋이 있는데, 큰 아들은 연방정부 공무원이고, 둘째 아들은 신문에 만화를 그려넣고, 셋째 아들은 고고학자인데 인생관이 편안해서 직장에 들어갔다가도 금방 나오기도 한대. 우리 얘기 듣다가 왠지 셋째 아들한테 연민 느꼈잖아.ㅋㅋ 할머니는 내가 고기, 우유, 달걀 등을 안 먹는 걸 알고 신경써주셔. 어제 두유를 사오셨더라구. 그 말을 듣고 불안하더라구. 너도 알다시피, 우유보다 두유에 첨가물이 더 많잖아. 그래도 사주셨기 때문에 있는 동안은 잘 마시려고 해. 근데 두유가 바닐라 맛이야. 두유 겉에 바닐라라고 크게 박혀 있어. 나름 organic이긴 하더라. 할머니는 뒷뜰에 텃밭을 가꾸어서 야채는 상추, 깻잎, 쑥갓, 고추 등은 부담없이 먹을 수 있어. 장도 집에서 담그시더라구. 빵에 마가린인지 버터를 잔뜩 묻혀서 구우시는 게 압박이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식사를 하고 있어. 밥도 그냥 백미 밥은 아니고, 현미도 넣고 콩도 들어가. 그래도 백미가 많으니 집에서 먹던 잡곡밥보다 많이 먹게 되는데 사람들은 그걸로 내 배가 작지 않다고 말해.
이 하숙집은 정쌤이 90년대에 자료조사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놓은 듯한데, 할머니가 정쌤 일행이 온다고 하니 온 집안의 방바닥을 미끈거리고 왁스칠을 해 놓으셨어. 우리들 좋으라고. 정쌤이랑 우리는 지하에 기거하고 금이랑 영이 누나는 2층에 있는데, 바닥칠 때문에 첫날 바로 나 계단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 쿵쿵쿵 찧었어. 엉덩이에 살도 없어서 아직도 왼쪽 엉덩이가 아프네ㅠ.ㅠ 근데, 맨바닥으로 바닥을 밟으면 찝찝해서 그래도 양말을 신고 다니고 있어.
어제는 가든 파티했는데, 할머니가 나 고기 못 먹는다고 salmon을 사 오셨더라구. 말로만 듣던 미국의 salmon이라, 겁나서 못 먹었어. 이미 야채들과 김치들에 밥을 먹은 터라 배부르기도 했지만 말야. (방금 밥을 먹고 왔는데, 두유나 케첩 등이 생각보다 괜찮더라구. 둘째 아들이 좀 신경쓰는 것 같더라. 오늘은 김치볶음밥, 어제보다 바싹 구워진 빵, 데친 야채들을 먹었어. 푸짐히 잘 먹었어. 근데 조그만 새끼 당근 귀엽더라구^^)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남겨놨다 먹을 걸 그랬어. 어제 생각없이 버린 게 너무 후회되는 것 있지.
내일은 독립기념일이라 아카이브가 휴관이야. 우리도 워싱턴 D.C.에 나갈 것 같아. 그날 저녁에 유명한 불꽃놀이를 한대. 그날 낮부터 나가서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불꽃놀이 볼 것 같아. 아마 맘은 편하지 않겠지만, 이왕 보는 거 사진이라도 몇 장 찍어 놔야겠다. 곧 나갈 시간이라 이만 줄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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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려요. 사진 정리하기, 무척이나 귀찮은 일인데 이렇게 알려주시기까지 하고...^^ (그런데 언제 이렇게 찍으셨답니까;) 골라볼게요!
일회용품 천국 미국! 아... 저희도 처음 미국 가서는 얼마나 식겁했는지...
참, 미국 연어는 중금속뿐 아니라 색소도 걱정해야 합니다. 먹음직(?)스러우라고 색소를 넣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더군요. 다 그런건 아니지만.
연어는 무슨 죄인지... 연어알도 탱탱하게 하려고 첨가물을 넣는다고 하더라구요.